차 반도체 수급난이 길어지며 완성차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기아 화성 오토랜드 전기차 EV6 생산라인. /사진=기아
차 반도체 수급난이 길어지며 완성차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기아 화성 오토랜드 전기차 EV6 생산라인. /사진=기아

▶기사 게재 순서
반도체난 완성차업계, 하반기도 문제없나
②울고 싶어라, 적자 허덕이는 부품업체
③생존 위한 고육지책 '업종전환'


국내 자동차시장에는 5개 완성차업체(현대자동차·기아·쌍용자동차·르노코리아자동차·한국지엠)가 있지만 사실상 현대차·기아가 주도한다. 이들은 국내 완성차업계를 대표하는 업체인 만큼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으로 자동차용 반도체 수급난 속에도 역대급 분기 실적을 써내려가고 있다. 현대차·기아가 고가 모델 위주의 판매 전략을 통해 실적 선방에 성공했지만 전문가들은 앞으로 2~3년은 반도체난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 반도체가 없으면 자동차 생산은 고사하고 스마트키 하나도 만들지 못하는 구조라 고가 위주의 판매 전략이 계속 통할지도 미지수다.

반도체 없어 스마트키도 못 만든다

현대차와 기아는 국내 자동차업계의 중심에 선 업체인 만큼 전체 관련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판매대수는 경쟁업체를 크게 웃돌고 시장 지배력은 압도적이다.


현대차·기아는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국내 자동차시장을 이끌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세계적 대유행)이 본격화된 2020년 이후 '자동차용 반도체 수급난'에 발목이 잡혔다.

자동차를 잘 모르는 사람부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그동안 '차량 반도체'는 관심 밖이었지만 이제는 누구에게나 익숙한 이슈로 자리 잡았다. 기업뿐 아니라 소비자까지 지치게 하는 요소가 됐다. 반도체 수급난 여파에 차 생산이 줄어 소비자는 신차 대기기간이 길게는 1년 이상이다.

자동차 1대를 생산하는데 크고 작은 부품이 약 3만개 정도 필요한데 반도체 역시 그중 하나다. 과거와 달리 최근 출시되는 차에는 각종 전자제어 장치가 필수 적용된다.
/그래픽=이강준 기자
/그래픽=이강준 기자

스틱형 기어는 버튼식이나 다이얼식으로 변경됐고 손으로 조작하던 각종 기능은 음성인식으로 대체되며 반도체의 역할 범위는 커졌고 갈수록 더 중요해질 전망이다.


반도체 수급난이 3년째 이어지면서 세계 완성차업계는 생산량 감소라는 타격을 겪고 있다. 생산량 감소는 매출 하락으로 이어졌고 이는 다시 영업이익을 감소시켜 전체 실적도 악화시켰다.

현대차·기아 역시 반도체 수급난의 직격탄을 맞았다. 하이브리드 차량과 일부 인기 차종은 최대 18개월 이후에 고객에게 차를 인도할 수 있을 만큼 생산에 차질이 빚어졌다. 반도체가 부족하다 보니 일부 차종은 2개씩 지급하던 스마트키를 1개만 지급하며 추후 지급을 약속하기도 했다.

3년째 이어진 이 같은 위기 상황에도 현대차·기아는 계속해서 실적 방어에 성공하며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흔들림 없는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영업이익 껑충 뛰었지만 앞으로가 문제

현대차·기아는 반도체 수급난과 물류비 상승 등 각종 겹악재 속에서도 최근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현대차의 올 2분기(4~6월) 영업이익은 2조9798억원으로 전년대비 58% 뛰었다. 이는 2010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후 최대 실적이다. 기존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2012년 2분기의 2조5372억원을 10년 만에 경신한 것이다.

기아 역시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기아의 영업이익은 2조2341억원으로 전년(1조4872억원)대비 50.2% 증가했으며 지난 1분기에 달성한 기존 분기 최고 영업이익(1조6065억원)을 1분기 만에 갈아치웠다.
차 반도체 수급난이 길어지며 호실적을 내던 완성차업계의 고민도 지속되고 있다. 사진은 반도체 수급 문제로 부분 휴업에 들어가 한산했던 지난해 현대차 울산공장 모습. /사진=뉴시스
차 반도체 수급난이 길어지며 호실적을 내던 완성차업계의 고민도 지속되고 있다. 사진은 반도체 수급 문제로 부분 휴업에 들어가 한산했던 지난해 현대차 울산공장 모습. /사진=뉴시스

현대차·기아의 이 같은 실적 선방은 SUV 등 인기모델과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 등 고가 차종 위주의 판매에 집중하며 줄어든 전체 판매량을 상쇄시킨 결과다.

현대차의 2분기 국내외 글로벌 판매량은 97만6350대로 전년대비 5.3% 줄었고 같은 기간 기아의 판매량은 2.7% 감소한 73만3749대로 집계됐지만 각각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우려를 불식시켰다.

하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반도체난이 지속되는 이상 고가 모델 위주의 판매 전략이 계속 통할지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재고 확보가 시급하지만 코로나19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고 변이 바이러스가 출몰하며 앞으로의 상황을 예측하기 힘들어졌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 전환기에 두 배 이상의 반도체가 더 필요하지만 계속 수급난이 이어지다 보니 재고 물량이 다 소진됐다"며 "안정적인 재고를 확보해 수급난이 정상화되는 시점은 2025년쯤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높아진 원가 부담에 차량 가격 인상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도 현대차·기아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정성국 기아 IR담당 상무는 최근 열린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전기차 등의 원가부담 상당 부분을 가격에 전가할 예정"이라고 말하며 사실상 가격 인상 계획을 밝혔다.

1년이 넘는 인도기간에 가격까지 뛴다면 소비심리 위축을 불러올 가능성이 큰 만큼 영업이익 상승세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