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업계의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자동차 부품업계의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기사 게재 순서
①반도체난 완성차업계, 하반기도 문제없나
울고 싶어라, 적자 허덕이는 부품업체
③생존 위한 고육지책 '업종전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세계적 대유행)이 불러온 각종 악재는 자동차 업계도 갈라놨다. 완성차업체인 현대자동차·기아는 위기 속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간 반면 현대모비스 등 부품업체는 늘어난 매출에도 영업이익이 떨어졌다. 대기업 계열은 그나마 버티지만 자금력이 빈약한 영세 2~3차 협력업체들은 살길이 막막해 폐업이나 업종전환을 고민한다. 코로나19 여파에 수익성이 악화돼 골머리를 앓는 부품업계의 현실은 참담한 수준이다.

거듭된 악재에 수익 양극화

지난해 한국자동차연구원(한자연)이 발간한 '자동차 부품기업 경영성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산업은 코로나19 여파와 친환경차 및 자율주행차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산업생태계 변화에 속도가 붙었다.


빅테크 기업들이 자동차산업에 새롭게 진입해 경쟁이 심화됐고 기존 완성차업체들의 위험관리 및 변화에 대응한 공급망 재편으로 부품업체는 위기에 직면했다.

한자연이 자동차 외부감사 부품업체 1296곳의 2021년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해당 업체들은 총 매출 증가에도 2% 대의 낮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기간 해당 업체의 매출은 151조원으로 2020년(134조원) 대비 큰 폭으로 증가해 코로나19 이전 수준보다 뛰었다.


완성차업체 매출은 111조원으로 전년(101조원) 대비 9.8% 증가했고 차체 및 트레일러 매출은 1조8174억원으로 전년(1조4703억원) 보다 26.3% 상승했다.
/그래픽=이강준 기자
/그래픽=이강준 기자

매출은 뛰었지만 영업이익률은 낮았다. 해당 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을 살펴보면 대기업 계열은 3.6%, 중견기업 2.1%, 중소기업 1.6%를 기록해 격차가 심화됐다. 코로나19로 원자재 가격, 운송비 등이 급격하게 상승한 데다 반도체 수급 불안정과 가격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가중된 탓이다.

한자연은 "국내 자동차산업은 수요 독점적 완성차와 부품업체의 수직계열 및 통합적 구조로 인해 중소부품업체의 협상력이 부족해 원가상승분에 대해 납품가 조정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원인을 짚었다.

영세한 2~3차 부품 협력업체들은 원가상승으로 인한 낮은 수익성으로 이자비용 부담이 증가 추세인데다 혁신 및 핵심 역량 확보를 위한 투자의 어려움, 인력난까지 가중돼 미래차 전환기에 설자리를 잃고 있다. 적은 영업이익으로 인해 자금 여력이 부족하고 자체 연구개발(R&D)로 사업을 다각화할 수 있는 역량도 부족해서다.

높아진 반도체 의존도… 수급 불안정에 원가 뛰며 휘청

반도체 수급 불안정으로 지난해 국내 완성차 생산량은 전년대비 줄었지만 고급 모델 우선 생산 전략으로 차 1대당 생산 원가가 뛰며 매출은 늘었다.

현대차·기아의 경우 국내 생산 감소에도 해외 생산 및 판매가 증가했다. 자동차 부품 수출은 전년대비 22.2% 뛰며 총 매출 증가를 견인했지만 전동화로 인해 반도체 사용량 증가와 의존도가 높아졌고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수급 불안정, 이에 따른 가격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가중됐다.

이 같은 여파는 대기업 현대모비스도 피해가지 못했다. 현대모비스는 친환경차 수요 증가에 힘입어 올 2분기(4~6월) 전동화 부품 매출이 전년대비 늘었지만 물류비 등이 올라 영업이익은 떨어졌다.
자동차 부품업계가 수익성 악화에 시름하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자동차 부품업계가 수익성 악화에 시름하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이 기간 현대모비스는 매출 12조3081억원, 영업이익 4033억원, 당기순이익 769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19.7%, 당기순이익은 1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8.4% 감소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코로나19 재확산과 원자재 및 운송비 부담 등 어려운 경영 환경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하며 쉽지 않은 경영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비관했다.

국내 차 반도체는 98% 이상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핵심 제품은 대부분 외산 제품을 사용하고 있어 현지에서 부르는 게 값이다.

국내에서 직접 생산을 하면 되지만 이 역시 수익성 부분을 간과할 수 없어 나서기 쉽지 않다. 차 반도체는 높은 신뢰성이 요구돼 기술 난이도가 높지만 다품종·소량생산으로 수익률이 낮아 국내 반도체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전동화·자율주행차 등 미래 모빌리티 전환기에 반도체 수요가 지속 증가할 것이 자명하지만 차 반도체 부족 및 가격 상승도 겹쳐 영세한 2~3차 협력 부품업체들은 납품차질과 원가상승의 이중고에 계속 노출될 것으로 우려된다.

조민욱 한자연 선임연구원은 "자동차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부품업체들의 역량 강화 노력, 완성차업체의 방향성 제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익성이 악화된 부품업체의 신규 투자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고 성공적 전환을 위해서는 자금 지원, 세제 혜택, 교육 훈련 및 미래차 전략 품목 정보제공 등의 기업 지원 방안이 절실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