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논란 테슬라]② 올해 미국서만 전기차 70종 출시.. 진검승부 시작됐다

변지희 기자 2021. 3. 1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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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전기차를 출시하면서 테슬라의 독주 체제가 무너지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 폭스바겐 등이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부터 픽업트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전기차를 출시하며 세계 각국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다.

작년 유럽시장에서는 르노 그룹의 전기차 조에(ZOE)가 전년 대비 114% 성장하며 테슬라 모델3를 제치고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이달 출시된 현대자동차(005380)아이오닉 5도 경쟁 차량인 테슬라의 모델Y를 압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에서 150여종의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가 출시될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소비자들의 선택지가 많지 않아 테슬라만의 감성이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유수의 자동차 업체들이 신차를 쏟아내는 지금부터가 진검승부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GM은 2025년까지 전기차 30종, 폭스바겐은 2030년까지 70종의 전기차를 선보이는 것이 목표다. 반면 테슬라가 현재 판매하고 있는 차량은 4종에 불과하다. 품질과 다양성을 앞세운 기존 자동차 업체들이 전동화 전환에 공격적으로 뛰어들면서 테슬라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테슬라 모델Y./테슬라 제공

◇ 현대차 아이오닉 5, 테슬라 모델Y '압도'

현대차 아이오닉 5와 테슬라 모델Y는 국내 출시 전부터 소비자의 관심을 끌었다. 아이오닉5는 현대차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처음으로 탑재한 차량인데, 모델Y와 출시 시기가 비슷한데다 차급이 비슷해 직접적인 경쟁 모델이다. 특히 정부가 올해부터 6000만원 이상의 차량에 대해서는 전기차 보조금을 작년 대비 절반만 지급하기로 하면서 가격이 어느 수준으로 책정될지도 관심사였다.

결과는 아이오닉 5의 압승이었다. 아이오닉 5는 사전 계약 첫날 2만3760대가 판매되며 현대차 역사상 최다 기록을 세웠다. 기존 최다 기록은 2019년 출시된 6세대 그랜저 부분변경 모델이 보유하고 있던 1만7294대였는데, 이를 6466대 초과 달성한 것이다. 아이오닉 5 사전 계약은 1주일만에 3만5000대를 기록했다. 보조금을 받으면 3000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판매량에 영향을 미쳤지만, 상품성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이같은 '돌풍'을 일으킬 수는 없었을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아이오닉5./현대자동차 제공

아이오닉 5의 전장은 모델Y보다 100㎜ 작지만 축거는 100㎜ 길다. 몸집은 중형 SUV인 투싼 크기인데 내부 공간은 현대차에서 가장 큰 SUV인 팰리세이드보다도 넓게 확보한 것이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있는 센터 콘솔인 '유니버셜 아일랜드'를 전후로 140㎜ 움직일 수 있다는 점도 기존 자동차들에선 볼 수 없는 점이다. 주행거리는 430㎞로 모델Y의 448~511㎞를 다소 밑돈다.

테슬라는 모델Y를 세 가지 트림으로 출시했는데 가장 저렴한 트림인 스탠다드 레인지 판매를 국내 출시 열흘 만에 중단했다. 스탠다드 레인지 가격은 5999만원으로 모델Y 세 가지 트림 중 유일하게 정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모델이었다.

테슬라 관계자는 "21일부터 세계 모든 나라에서 모델Y 스탠더드 레인지 트림 선택을 할 수 없게 돼 현재는 구매할 수 없다"며 "일시적 중단일지, 앞으로도 구입을 못 하게 될지는 미정"이라고 했다. 판매 중단 원인에 대해서는 반도체 품귀 현상, 차량 결함, 판매 전략 등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그래픽=정다운

◇ 르노 조에, 유럽서 모델3 제치고 판매 1위

유럽에서는 지난해 르노 조에가 테슬라 모델3를 제치고 판매 1위에 올랐다. 조에는 10만657대, 모델3는 8만6599대 팔렸다. 조에 판매량은 전년 대비 114% 증가한 반면, 모델3는 같은 기간 판매량이 6% 감소했다. 조에 판매량이 꾸준히 증가하는 이유로는 '안전성'이 꼽힌다. 조에는 2012년 첫 출시 이후 3번에 걸쳐 상품성이 개선된 모델로 지금까지 화재 사고가 0건이었다. 1회 충전시 주행 가능 거리는 유럽 WLTP 기준 395㎞이다.

특히 '전기차 천국'이라고 불리는 노르웨이에서는 작년 한 해 동안 아우디 e-트론이 9227대 판매되며 전기차 중 1위를 차지했다. 모델3는 7770대가 판매되며 2019년 1위에서 작년에 2위로 밀렸다. 3위는 7754대 팔린 폭스바겐의 ID.3였다.

노르웨이 도로교통자문위원회(OFV)에 따르면 작년 노르웨이에서 판매된 신차 14만1412대 중 전기차는 7만6789대로 54.3%에 달한다. 그만큼 소비자들이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높고 차량 구매시 꼼꼼하게 비교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노르웨이에서 전기차 판매 순위를 주목해서 봐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르노 조에./르노삼성자동차 제공

볼보자동차의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가 작년 7월 유럽에 '폴스타 2'를 출시했을 때는 월별 판매 기준 모델3 판매량을 두배 이상 앞지르기도 했다. 폴스타2는 출시 전부터 모델3와 강력한 경쟁 모델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모델3보다 주행거리가 짧고 가격대도 조금 비싸다. 그러나 당시 블룸버그 등 외신들은 폴스타2에 호평을 쏟아내며 "폴스타2를 타보기 전에 테슬라를 구매하지 말라. 성능은 비슷한 반면 외관과 품질,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모델S·모델3보다 훨씬 낫다"고 했었다.

유럽 등 해외 시장에서 테슬라의 경쟁 모델들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폭스바겐이 ID.3, ID.4를 내놓은데 이어 ID.5 출시도 임박한데다, 메르세데스-벤츠의 EQS와 EQA, BMW iX3와 iX 등도 출시가 예정돼있다. 미국 GM은 쉐보레 EUV에 이어 픽업트럭인 허머 EV를 다음달 출시한다.

폴스타2./폴스타 홈페이지 캡처

◇ "테슬라, 5차종으로 글로벌 업체와 경쟁 어려워"

테슬라가 맞닥뜨린 가장 큰 걸림돌로는 차종의 '다양성'이 꼽힌다. 전세계 자동차 업체들은 10년 내 100% 전동화를 완성하겠다는 중·장기 청사진을 줄줄이 내놓고 있다. GM은 2025년까지 30여종의 새 전기차를 출시할 방침이다. 캐딜락 브랜드의 100% 전기차 전환 계획은 2030년에서 2025년으로 앞당겼다. 폭스바겐은 2030년까지 전 차종을 전기차로 대체하고 70종에 달하는 모델을 출시하는 것이 목표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내놓고 있는 전기차는 고급 세단부터 경차, SUV, 픽업트럭까지 다양하다. 현재 테슬라가 판매하고 있는 차량은 총 네 종이며 사전예약을 받고 있는 '사이버트럭'을 포함해도 다섯 종에 불과하다.

특히 사이버트럭의 경우 프로토타입이 공개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최근에야 디자인이 확정됐다. 이 때문에 테슬라의 생산 속도와 수익성 개선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점점 높아지는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2022년에는 폭스바겐이 전기차 112만대를 판매하며 테슬라를 제치고 판매 1위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2030년에는 폭스바겐 전기차 판매량이 627만대로 전망돼, 341만대인 테슬라와 격차를 벌릴 것으로 보인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미국에서만 전기차 70여종이 나올 전망"이라며 "테슬라가 아직 자잘한 품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다양성까지 밀린다면 기존 자동차 업체들과 경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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